무섭기로 치자면... 밤의 산보다... 낮의 도시가. - By tgbhitel (조회 : 30)2001-05-03 오후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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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장인쇄메일로 보내기Re:7314-가족에게 사랑의 손길을~! 이전글다음글지금 퇴근하고 집에 가면...


난 담대한 놈이었다.

예전에 열성적으로 산에 다닐 때도 후배들 사이에 난 담대한 놈으로 통했다.

다른 산꾼들 처럼 매일같이 산에 오르지 못하는 처지라 발란스감이 뒤졌음에도, 난 난이도 높은 코스에서 항상 선등을 자처했었고.

장기산행을 떠난 후배들 뒤를 쫒아...
야밤에 지리산의 정령치를 홀로 넘을 때도...
태백산의 백봉령을 넘어 야영중인 후배들의 텐트를 덮쳐 모두 기절초풍을 하게 만들곤 했었을 때도...
전혀 무서움이라곤 느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요즘의 난 밤의 맹산이 두려웠다.

어제 늦은 퇴근에도 불구하고 맹산을 가려 한 것은...
자전거를 타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지난 주 한 밤... 맹산에서 느꼈던 무서움.
그 무서움을 다시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어제 난 10시가 넘은 시각에 맹산에 올랐지만 새말고개에서 되돌아 내려왔다.
어떠한 무서움도... 부상에 대한 두려움도 어제는 느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미 목적을 달성했는데...
사고의 위험을 안아가며 더 오를 필요가 없다는 생각과...
그리고, 진짜 이유는 미친놈이 되지 않기 위해서였다.

늦은 밤 홀로 자전거를 타고 산에 오르는 놈은 내가 생각해도 정상은 아니니까.

되돌아 내려오는 길에 나는 진짜 미친놈 둘을 만났다.

11시가 다되가는 야심한 시각에.
두 놈이 잔차를 타고...
맹산을 오르더라.

녀석들...
무섭지도 않냐고 물으니...
그 대답이 일품이었다.

"무섭기로 치자면...
야밤의 산보다... 대낮의 도시가 더 무서운 곳 아닙니까..."

대단한 놈들...

그 놈들도 나를 대단하다고 했다.
새말고개에서 되돌아 내려온걸 모르고.

녀석들은 지극히 정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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