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편에게


*** 2010.11.11 02:42


육군훈련소 인터넷 편지게시판은 직계가족의 편지만 전달해준다. 그래서 난 아예 마음을 접고 있었는데 이우진의 아버님께서 부인...이나 마눌-_-...로 쓰는 사람도 있다는 말씀을 해주시며 우진이 동생의 주민등록번호를 주셨다.

그래도 내용을 다 읽어보고 인쇄해준다고하니 동생 주민등록번호를 쓰려면 동생인척 하고 편지를 써야 한단 말이지. 그래서 나는 그냥 큰웃음이나 줘볼까 하고 아내 행세를 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내가 쓴 편지 발췌문

제목: [아내] 28연대 11중대 3소대 이우진


자기야 안녕.

입대한지 벌써 일주일이 넘었네. 말은 벌써라고 하지만 사실 일주일이 얼마나 길었는지 몰라.

우리 딸도 아빠 보고싶은가 어제부터 자꾸 울어.

(중략)

요즘 축구 아시안컵 하는데 결과 궁금하지? 안가르쳐줄거다 메롱! 사실 오늘 구자철이 두골 넣었어.

(중략)

내 꿈에서 자기가 구자철 매니저로 나왔던거 생각난다.

내꿈은 좀 꾸니? 우리 딸은???

군대가기 전날 딸내미 안아보지도 못하고 간게 마음에 너무너무 걸린다.

(중략)

그리고 인터넷편지가 마음에 들면 꼭 말해줘 계속 써줄게. 고맙지?

고등학교때 사고친 거 주변사람들한테 알려지더라도 혹시라도 부끄러워하지 말도록 해.

우린 사랑했으니까 당당해도 되는거야!

(중략)

이제 빼빼로데이인데 우린 원래 그런거 신경 안썼으니까 주변 동지(?)분들이 빼빼로 박스째로 받아도 부러워하지 말길 바라. 나도 잠시 고민을 하긴 했지만 내년에 자대배치된 다음에 다시 고민해볼게.

(중략)

노트북을 너무 오래 끌어안고 있었더니 허벅지에 화상입을 것 같아서 그만쓸게.


종이에 써서 우표 붙이고 보낸 편지는 당연히 더 내밀하ㄷ...는 아니고 뭐 비슷함 ㅋㅋㅋㅋㅋ

잘 쓰지도 않는 자기라든가 당신이라든가 호칭 붙이느라 닭살 돋아서 죽는줄 알았당 크하하

하지만 **이가 어제 오늘 울적해 했으니 딸내미 얘기는 반쯤은 진실 ㅋㅋ


ㅍㅎㅎ~

이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은...

여친 하나 없이 군대 가는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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